책소개
저널리스트로서 손석춘은 ‘언론비평’을 저널리즘의 새로운 영역으로 개척하고 ‘언론개혁’을 사회적 의제와 운동으로 끌어올린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진보 논객’이다.
그는 독자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았던 자신의 칼럼 30편을 선별해 당시의 상황과 저널리스트로서의 고민, 그 후일담을 전했다. 특종, 후회, 보람, 고백, 만남, 증언 등을 통해 김수환 추기경과의 갈등, 고 정운영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비판한 글에 얽힌 후회, ‘아직 오지 않은’ 후배 저널리스트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다.
그는 자신의 칼럼이 동시대인에 대한 ‘과격하고 서툰 사랑고백’이었으며 자신이 겨뤘던 ‘부라퀴’들을 결국 베지 못한 ‘아주 무딘 칼날’이었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그는 ‘나의 저널리즘’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회구성원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문제를 풀어 가는 해방 공론장이 내가 기자로서 걸어온 철학이다. ‘민중의 자기통치’라는 민주주의 고갱이의 구현, 신문사 밖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칼럼을 쓰며 걸어가는 내 삶의 별이다.”
그는 비록 직업으로서 저널리즘은 떠났지만, 현재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우리 사회의 대안을 고민하고 여러 매체와 블로그에 칼럼을 쓰고 있다. ‘민중의 자기통치’, ‘주권혁명’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 ‘저널리즘’을 손에서 놓지 않는 한 그의 ‘무딘 칼날’은 점점 더 단단하게 벼려질 것이다.
200자평
기획시리즈 <한국의 저널리스트>의 아홉 번째 책이다. 행동하는 언론노동운동가 손석춘 씨가 자신의 저널리스트 시절을 돌아보고 평가한다. 언론비평과 언론개혁을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로 끌어올린 ‘진보 논객’이 스스로 말하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진정한 언론개혁을 꿈꾸는 한 저널리스트가 온몸으로 부딪친 한국의 현대사가 고민과 희망으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지은이
손석춘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던 1978년 서울 상계동에서 야학 교사로 일했다. 1984년 신문사로 들어가 언론운동을 벌이며 1998년 언론개혁시민연대 창립 공동대표를 맡았다. 2004년 12월까지 ≪한겨레≫ 논설위원으로 일했다. 민주언론상, 통일언론상, 한국언론상, 한국기자상, 안종필자유언론상을 수상했다. 2005년 사단법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을 창립해 원장과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2011년부터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강의하며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3부작 장편소설 『아름다운 집』, 『유령의 사랑』, 『마흔아홉 통의 편지』를 발표했고 『신문 읽기의 혁명 1, 2』, 『박근혜의 거울』, 『새로운 바보를 기다리며』, 『그대 무엇을 위해 억척같이 살고 있는가?』, 『박헌영 트라우마』, 『무엇을 할 것인가』 등을 썼다.
차례
나의 사망기사 ‘진보 논객’ 지리산에서 실종되다
나의 저널리즘 ‘해방 공론장’의 꿈
데드라인
밤 대통령, 낮 대통령/꺾인 팔목의 유언/천 년이 빚은 사상/아름다운 386을 위하여/ ‘오지 않은 당’을 위하여/대한민국의 정체성?/김대중 그리고 김정일/「두 동무」/조선·동아·중앙의 죄/동물의 세계/방우영·김병관·홍석현/한국자본주의/김대중 정권의 정체/한 줌과 두 당/악의 제국/좌파에 대한 예의/붉은 바다, 붉은 눈물/노무현의 눈길/아직 오지 않은 혁명/촛불과 불길/해방 60돌, 대안을 세울 때다/이현상/기자 이재문/왜 ‘모든 진보는 단결’인가/괴물 ‘한·미 FTA’와 살길/권력의 단맛을 본 사람들/6월 항쟁 20돌, ‘국민주권운동’을 제안한다/ ‘늙은 투사’의 젊은 꿈/천국과 지옥
그때 그 순간
특종 신문전쟁 (1) – 재벌언론 ‘돈 바람’ 시장 왜곡
오보 미완의 혁명
후회 중앙일보 ‘정운영’을 애도함
보람 남북 언론인 공동성명
편지 조선로동당 김정일 총비서께
사실과 진실
만남 ‘희망 주는 정치인’ 노무현의 비극
고백 : 이것만은 밝히고 싶다 외환위기 때 한겨레에서 파업 주도
사람과 사람
증언 김수환 추기경의 신문읽기
나의 선배 김중배 – ‘6월 대항쟁의 주필’
나의 후배 아직 오지 않은 저널리스트
역사 앞에서 ‘주권 혁명’의 무기
손석춘의 저널리스트 연보
책속으로
대학시절 학생운동 선배와 함께 만난 동아일보 해직 기자는 신문사 안에 들어가서 싸우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내게 신문기자가 될 것을 권했다. 현실과 언론 사이의 갈등을 처음 체감한 것은 ‘유신 철폐’ 시위로 사복 경찰에 체포되었을 때다. 중앙도서관 앞에서 교문까지 제법 긴 길을 질질 끌려 나갔다. 내 또래인 여성노동자 김경숙이 경찰 진압 과정에서 숨지고 곧이어 부마사태가 터지면서 박정희가 김재규의 총에 맞았다. 하지만 기성 언론들은 12·12 사태의 진실은 물론이고, 육군 소장 전두환의 ‘위험성’을 철저히 모르쇠했다. 그 결과였다. 결국 5·17 쿠데타에 이어 광주에서 무장항쟁이 벌어졌다. 한국 언론을 이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도 그때였다.
_ ‘나의 저널리즘 ‘해방 공론장의 꿈’ 중에서
처음 기자의 길을 걸으려고 했을 때, 통일 조국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데 기자로서 힘을 보태고 싶었다. 민주주의와 민족통일. 그것이 저널리스트로서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기자 초기에 발표한 논문 ‘분단시대 민족언론의 길’에서도 명토 박았다. 그 길에서 민주언론상과 통일언론상을 받았지만, 과연 내가 민주언론의 길, 통일언론의 길을 얼마나 정확하게 걸어왔는지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비록 직업으로서 저널리즘은 떠났지만 지금도 나에게 저널리즘은 ‘민중의 자기통치’라는 민주주의 이상, 그 인류의 오랜 꿈을 실현하는 ‘주권 혁명’의 중요한 무기다. 아주 무딘 칼날이더라도 내 손에 거머쥔 유일한 무기, 사랑의 무기다.
_ ‘역사 앞에서’ 중에서
진보세력의 2012년 집권 가능성은 더 낮아진 게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이 칼럼이 ‘오보’가 아니기를 지금도 간절히 바란다. 그러려면 진보정치 세력의 과제는 무엇일까. 단순명쾌하다. ‘민중의 마음’을 얻는 데 있다. 민중의 마음을 밑절미로 다시 힘을 모아야 ‘미완의 혁명’을 완수할 수 있지 않겠는가.
_ ‘그때 그 순간 ‘오보’’ 중에서
어찌 내가 절망할 수 있겠는가. 한국 언론을 책임질 아직 오지 않은 후배들이 있지 않은가. 바로 그렇기에 내 목숨이 살아 숨 쉬는 한 칼럼을 써갈 생각이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신문사에 몸담고 있을 때처럼 후회가 남는 선배이고 싶지 않다. 오늘 이 순간도 기다리는 까닭이다. 아직 오지 않은 저널리스트를.
_ ‘사람과 사람 ‘나의 후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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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9년 6월 27일 교양 새책